글로벌‘매진 행렬’ 션윈, 한국선 대관 불허…“문화 주권 훼손 우려”

‘매진 행렬’ 션윈, 한국선 대관 불허…“문화 주권 훼손 우려”

미국 링컨센터와 파리 팔레 드 콩그레 등 세계 최정상급 무대에서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공연이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션윈(Shen Yun)예술단이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에서 극찬받는 이 ‘월드클래스’ 공연이 유독 한국에서만 매년 공연장 확보에 난항을 겪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국립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가 내한 공연을 앞두고 돌연 대관 계약 취소를 통보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학내 중국 유학생들의 반발이다. 국립대학이 자국민의 문화 향유권과 계약의 신뢰보다 특정 국가 유학생들의 집단행동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공연 취소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보이지 않는 손’이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율성을 위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 복원’을 두려워하는 전체주의 시스템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단의 공연을 왜 중국 당국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해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션윈의 설립 취지와 중국 현대사의 비극적 단면에서 찾을 수 있다.

1949년 집권한 중국 공산당은 문화대혁명 등을 통해 ‘구습 타파’라는 명목으로 5000년 전통문화와 유교·불교·도교의 정신적 유산을 철저히 파괴했다. 무신론과 유물론을 통치 이념으로 삼는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신(神)과 도덕, 인과응보를 다루는 전통문화는 척결 대상이 됐다.

이러한 탄압을 피해 중국에서 해외로 이주한 예술가들이 2006년 뉴욕에서 설립한 단체가 션윈예술단이다. 이들은 ‘진선인(眞·善·忍, 진실·선량·인내)’의 가치를 바탕으로, 파괴된 전통문화를 무대 위에서 예술로 복원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전체주의 시스템 입장에서 볼 때, 션윈의 무대는 체제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거울’과도 같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찬란했던 중국의 5000년 문명과 도덕적 가치는, 역설적으로 현재 중국 본토의 도덕적 공백과 문화적 황폐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중국 대사관이 세계 각국 극장에 공문을 보내고 경제 보복을 암시하며 대관 취소를 압박하는 ‘전랑(Wolf Warrior) 외교’를 펼치는 근본적인 이유다.

션윈예술단 | Shen Yun Performing Arts
션윈예술단 | Shen Yun Performing Arts

국립대의 대관 취소,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

션윈은 현재 8개 예술단이 매년 전 세계 200여 개 도시를 순회한다. 워싱턴DC 케네디센터,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도쿄 오페라시티 등 자유 진영 국가의 대표 극장들은 션윈을 앞다퉈 초청한다.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 18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 측은 학내 중국 유학생 반발을 이유로 이미 체결된 대관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션윈 공연 주관사 측은 즉각 법원에 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티켓 판매를 강행하며 맞서고 있다.

지성(知性)의 전당이어야 할 국립대학이 법적 구속력을 갖춘 계약을 파기하면서까지 외국인 유학생들의 눈치를 살핀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의 ‘샤프 파워(Sharp Power·회유와 협박을 통한 영향력 행사)’가 한국 학계와 문화계의 의사결정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춘천 지역민들은 물론, 내한 공연을 기다려온 국내 관객들의 볼 권리가 외압에 의해 침해당한 셈이다.

종교적 편견 넘어선 ‘보편적 가치’의 예술

일각에서는 션윈을 두고 종교적 색채를 문제 삼기도 한다. 최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션윈이 파룬궁(파룬따파)의 교리를 담고 있다며 관람 자제를 권고했다. 실제로 션윈의 20여 개 프로그램 중에는 ‘서유기’, ‘삼국지연의’ 같은 고전뿐만 아니라, 진선인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박해받는 파룬궁 수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현대 무용극도 포함돼 있다.

문화예술계의 시각은 다르다. 서구 사회, 특히 기독교 전통이 강한 미국과 유럽에서 션윈이 극찬받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흐나 헨델의 음악이 종교적 배경을 가졌음에도 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추앙받듯, 션윈 역시 예술적 형식을 빌려 인류 보편의 가치를 표현한다고 평가한다.

2023년 션윈을 관람한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는 “종교와 문화는 구분할 수 없고, 우리의 문화유산 정신세계에는 종교적인 내용이 당연히 들어가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문학 모든 것이 사실은 종교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다”며 “션윈을 종교적 공연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임동택 목사 역시 “무슨 주제를 다루든 우리 각자의 재능을 최대한 예술로 표현하는 몸짓은 하나의 작품이고, 귀하게 여기고 높이 사야 한다”며 “션윈은 굉장히 무게 있는 예술이고, 아주 멋진 작품”이라고 평했다.

결국 선택은 관객의 몫

션윈의 급성장 동력은 결국 ‘콘텐츠의 힘’이다. 고난도 테크닉인 ‘신운(神韻)’이 깃든 중국 고전무용, 동서양 악기가 결합된 독창적인 라이브 오케스트라, 무대와 배경 스크린을 넘나드는 특허받은 3D 디지털 기술은 여타 공연에서 볼 수 없는 예술미를 선사한다.

관객들은 공연을 통해 단순히 화려한 춤을 보는 것을 넘어,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라는 전통적 가치관을 재확인하고 영적인 위안을 얻는다. 매년 전 세계에서 션윈 공연이 전석 매진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가정의 달 5월, ‘2025 션윈 월드투어’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대구 수성아트피아(5월 1~3일), 과천 시민회관(5월 9~10일) 일정이 확정됐으며, 논란이 된 춘천 강원대 백령아트센터(5월 7일) 공연은 법적 대응을 통해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외부 압력이나 특정 단체 주장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서는 안 된다.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성숙한 시민과 관객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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