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월 24, 2025
연재한치이야기 11 - 흐르는 물은 모두 바다에서 만난다

한치이야기 11 – 흐르는 물은 모두 바다에서 만난다

지금 한치의 개울을 관찰하면 중택이(중태기)라고 부르는 버들치와 다슬기밖에 안 보입니다. 어렸을 때는 미꾸라지와 가재도 참 많았었는데 미꾸라지와 가재는 농약에 약한 탓에 1970년대 중후반 이후 농약을 마구잡이로 살포하기 시작하면서 씨가 마르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골짝의 저 위쪽부터 논농사를 짓지 않게 되면서부터 최근 개울에서 간간이 가재가 다시 발견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미꾸라지도 한 마리 보았는데 앞으로 버려지는 논이 더 많아지면 전반적으로 미꾸라지가 다시 살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습니다.

한치 마을에 조금 못미친 지점의 개울에 높이 2m 정도 되는 폭포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름 없이 마을 사람들이 ‘물맞는 곳’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그 폭포 아래쪽으로는 어종이 달라져서 중택이 외에도 ‘피리’와 ‘왕둥어’라고 불렀던 고기가 살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하류로 내려가서 조양 근처에 가면 비로소 붕어도 있고 빠가사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한치의 개울까지 은어와 뱀장어가 올라왔다고 합니다. 은어와 뱀장어는 모천회귀성 어종입니다. 자기가 살던 하천과 바다를 오가는 모천회귀성 어종의 대표주자는 연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외에도 송어, 황어, 농어, 은어, 뱀장어 따위도 모천회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천회귀성 어종 중에서도 뱀장어는 다른 어종과 생태의 특징이 전혀 다릅니다. 즉 다른 어종들은 하천이나 기수역(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산란한 후 바다로 나가거나 민물과 바다를 오가지만 뱀장어는 그 반대로 먼바다에서 산란하여 치어 상태에서 모천으로 회귀한다는 것입니다. 뱀장어의 산란 장소는 필리핀 근처의 심해지역일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 지금까지도 확실한 장소를 특정하지 못할 정도로 신비한 고기이기도 합니다.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조양리 한치마을 개울 | 문송담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조양리 한치마을 개울 | 문송담

은어는 한치 마을로 향해 오다가 위 폭포를 거스를 힘이 없어 그 위쪽으로는 더 이상 못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뱀장어는 얼마나 힘이 좋은지 위 폭포까지 거슬러 올라 마을의 개울까지 왔습니다. 나는 은어는 본 적이 없지만 초등학교 때 어른들이 마을 앞 개울에서 뱀장어 한 마리를 잡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녀석은 어찌나 먹성도 좋던지 사람들에게 쫓기면서 잡히는 그 순간까지도 입에 중택이 한 마리를 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은어가 먼저 올라오지 않게 되었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뱀장어도 올라오지 못하게 되었는데 탐진강과 그 위 지류들에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보(洑)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치의 개울에도 수없이 많은 보가 있었지만 그런 작은 보들은 물고기의 이동에 장애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랑이논이 많은 만큼 거기에 물을 대려면 당연히 곳곳에 보가 필요했고 마을의 저 위쪽 실개천부터 시작해서 조양에 이르기까지 개울에는 몇십m 간격으로 빼곡하게 보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 보는 여름철에 아이들이 멱을 감고 노는 장소이고, 또 겨울철에는 썰매장으로 활용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장마철이나 태풍이 지나고 나면 상당 부분의 보가 파손되기 때문에 어른들은 울력으로 보를 손질하는 것이 큰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잘한 보가 많았음에도 물고기들의 이동까지 막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하류의 여러 대형 보들은 끝내 물고기들의 이동을 막아버린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 노래 3절의 마지막 구절은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로 끝납니다.

흐르는 냇물이 결국 바다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졸업식 노래에도 등장할 정도로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 것입니다. 강이나 개울에 댐을 만들든 보를 만들든 물은 기어코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고야 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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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문 작가님 글은
    돌돌 흐르는 시냇물, 또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평온하면서 여유롭습니다.
    물은 기어코 흘러 바다에 이르고야 마는 것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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