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사회적 통념과 달리 최근 경제적 부가 삶의 만족도에 필수 요소가 아님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 환경과학기술연구소(ICTA-UAB)와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세계 19개 지역 토착민 약 3000명을 조사한 결과 금전적 소득이 매우 낮은 사회 구성원의 삶의 만족도가 부유한 국가 구성원과 비슷하게 높게 나왔다고 6일 밝혔다.
그간 경제성장은 저소득 국가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확실한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고소득 국가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저소득 국가 사람들보다 대체로 높게 나타난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조사 대부분이 산업화 사회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상생활에서 화폐가 최소 역할만 하고 생계를 자연에 의존하는 저개발지역 소규모 사회는 간과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경제적 부와 삶의 만족도 간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전 세계 토착민과 소규모 사회 주민 29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지역은 중국, 네팔, 인도, 세네갈, 짐바브웨, 가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과테말라 등 19개국이다. 조사 대상 중 현금 수입이 있는 가구는 64%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화폐 소득이 매우 낮은 사회 구성원들도 부유한 국가 사람들과 비슷하게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 평균 삶의 만족도(0~10점 척도)는 6.8점으로 일부 소규모 사회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8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ICTA-UAB 빅토리아 레예스-가르시아 교수는 “소득과 삶의 만족도 사이 강한 상관관계는 보편적이지 않다”며 “이번 결과는 경제적 부가 인간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맥길대 에릭 갤브레이스 박사는 “인간 사회는 높은 수준의 물질적 부가 없어도 구성원에게 만족스러운 삶을 지원할 수 있다”며 “비금전적 요소는 알려진 것보다 삶의 만족도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개발·저소득 지역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이처럼 높게 나온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 따르면 가족·사회의 지원 및 관계, 자연과의 접촉 등이 비금전적 행복의 요소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행복은 좋은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만 발견되는 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