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흡연은 오히려 복부 비만, 특히 내장 지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는 최근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게르만 D. 카라스크빌라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흡연과 복부 비만 사이 인과 관계를 밝힌 연구 결과를 중독연구학회(SSA) 학술지 ‘어딕션(Addiction·중독)’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흡연자 120여만 명, 평생 흡연자 45만여 명, 체지방 분포 연구 60여만 명 자료를 바탕으로 흡연과 복부 비만 사이 관계를 분석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체중과 키로 계산한 비만도를 나타낸 지수인 ‘체질량지수(BMI)’에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BMI가 조금 낮게 나왔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담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착각을 일으켰다. 하지만 해당 연구에서도 흡연자의 복부지방은 비흡연자와 비교해 더 많았다.
연구팀은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 자료를 통해 흡연 기간, 흡연량 등 흡연 습관과 체지방 분포(허리둘레, 허리-엉덩이둘레 비율)와 관련된 유전자를 확인했다. 이 유전자 정보로 흡연자의 체지방 분포가 비흡연자와 다른 점을 조사했다. 이후 흡연과 체지방 분포 간 연관성이 흡연이 아닌 음주나 사회·경제적 배경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았는지 검증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흡연이 복부 지방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회·경제적 상태, 음주 여부 등 다른 요소의 영향을 통제한 후에도 흡연이 복부 비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추가 연구에서는 흡연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이 피하지방보다는 복부 장기를 감싸는 내장지방 조직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장지방이 많으면 심장질환, 당뇨병, 뇌졸중, 치매 등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이번 연구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체중이 덜 나갈 순 있더라도 건강에 나쁜 내장지방은 오히려 많다는 사실이 검증된 셈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공중 보건 관점에서 흡연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대규모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며 “지속적인 흡연은 복부와 내장 지방을 증가시킨다. 처음부터 흡연을 시작하지 않거나 금연하면 복부지방 관련 질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